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5 10:13

  • 오피니언 > 기고/연재

(연재) 금주의 메세지

철원만나교회 조남성 목사

기사입력 2026-08-25 09:28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페스티나 렌테천천히, 그러나 놓치지 않게
 

몇 해 전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손에 잡은 책 한 권을 읽다가, 라틴어 문장 하나에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를 다룬 역사책이었는데, 신학교 때 라틴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제가 그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의 울림으로 아직 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라틴어에는 서로 다른, 심지어 상반된 뜻을 가진 말들이 합하여 절묘한 조화를 만드는 표현들이 유독 많다고 합니다. 슬픈 미소, 침묵의 절규, 텅 빈 충만 등이 그 예입니다. 그중 제 마음에 오랜 시간 남아있는 말이 바로 ‘Festina Lente’(페스티나 렌테), 천천히 서두르라입니다. ‘천천히를 뜻하는 ‘Lente’(렌테)서두르라를 뜻하는 ‘Festina’(페스티나)의 조합으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인생 좌우명이었습니다.

 

훗날 중세의 대학자 에라스무스도 이 말을 자신의 격언집 아다지아의 제목으로 삼았고, 350년 동안 피렌체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메디치 가문의 모토이기도 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와 정치 권력의 흐름을 진중하게간파하면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빠른행동이 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먼저 천천히(렌테)’, 말이든 행동이든 현실로 옮기기 전에 깊이 생각하라는 조언입니다. 동시에 서두르다(페스티나)’천천히의 반대말이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에 붙들려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는 것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돌다리만 두드리다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달란트 맡은 자가 주인의 뜻을 오해하여 땅에 묻어 놓고 아무것도 못한 것처럼, ‘신중하되’ ‘결단하여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원에서 목회하다 보면 이 말의 무게를 더 실감하게 됩니다. 도시처럼 함께 의논할 동역자가 늘 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결정을 미룰수록 계절은 이미 저만치 지나가 버립니다. 농부들이 씨 뿌릴 때를 놓치지 않듯, 목회에도 지금이다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는, 말씀 앞에 무릎 꿇고 오래 곱씹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믿음의 영역에는 이 둘의 조화가 절실합니다. 하나님 말씀에 뿌리를 내려 진중하게생각하되, 영적 성장을 위한 계기가 왔을 때는 신속하게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은 짧기에,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라는 후회로 점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신중히잘 생각하시되, ‘신속히잘 결정하시는지요? 여전히 방점이 큰 곳이 천천히쪽인가요, ‘서두르다쪽인가요? 이 말의 수혜자가 되려면, 내가 약한 곳이 어디인지 알고 그 부분을 채워가야 합니다.

 

교회 목양실에서 저 혼자 되뇌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천천히 빨리!”입니다. 분명하게 목표와 방향을 잡되,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달라져 있는 저 자신과 공동체를 마주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 여러분, 오늘도 페스티나 렌테, 천천히 서둘러 보십시오!

 

 

관리자 (korea78123@hanmail.net)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