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언제부턴가 우리 삶의 밑바탕에는 ‘불안’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청년은 진로를, 중년은 밥벌이를, 노년은 건강과 노후를 걱정하죠. 나이가 들면 조금 나아질까 싶건만, 불안은 모양만 바뀔 뿐 평생 우리 곁을 맴도는 듯합니다.
얼마 전 대학생 딸아이가 “나는 나중에 뭘 하고 살아야 할까? 잘 살 수 있을까?” 묻더군요. 딸아이만의 고민은 아닐 겁니다. 불확실한 내일을 마주한 우리 모두의 묵직한 질문이기도 하죠.
우리는 흔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매달리지만, 실은 그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입니다.
요즘 세상은 사람의 가치를 직업, 연봉, 아파트 평수로 매기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보다 뒤처지거나 실패하면 내 존재마저 부정당한 것 같은 깊은 상실감에 빠집니다. 어느새 ‘무엇을 이루었는가’와 ‘나라는 사람’을 착각하며 사는 것이죠. 쉴 새 없이 남들과 내 처지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사람의 가치가 세상의 잣대로 매겨지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였은즉”(이사야43:4)이라고 위로합니다. 남들처럼 번듯한 무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이미 세상에 하나뿐인 존귀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평가 기준은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나를 향한 그 절대적인 사랑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아버지 손을 잡고 낯선 길을 걸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목적지를 다 몰라도 아이는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내 손을 꽉 잡아준 이를 온전히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한 치 앞을 모르는 막막한 길이지만, 나를 지으시고 동행하시는 분께 나의 걸음을 맡길 때 비로소 우리는 든든한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세상은 오늘도 “당신은 무엇을 가졌고,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너는 내 사랑하는 자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삶은 세상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춰 증명해 내는 피곤한 시험장이 아닙니다. 내게 부여된 고유한 가치를 잊지 않고, 믿음 안에서 묵묵히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아름답고 깊은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