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올해에도 뜸부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해질무렵에 학저수지에 갔습니다. 일요일 휴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에 예닐곱 대의 자동차가 서있습니다. 걷는 사람도 제법 보이고 사진을 찍는 작가들도 눈에 띕니다. 자동차 문화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늦은 시간에도 도심에서 먼 곳까지 사람들의 동선이 길어진 것도 매우 희망적인 일입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가꾼 곳에 사람이 찾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낚시금지 조치도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학저수지는 말 그대로 백로의 땅입니다. 학이라는 말은 희고 크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겨울이면 두루미도 내려앉지만 대세는 백로 무리입니다. 여름철새로 분류되던 백로가 텃새화가 되면서 사계절 볼 수 있으므로 고요하고 적막한 호수를 깨우고 있는 셈이지요.
지인과 함께 걸으면서 문득 학저수지에 섬진강처럼 물고기 박물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디 물고기뿐인가요, 기왕이면 생태관은 학저수지가 제격이라는 생각에 의견이 미쳤습니다. 어류를 비롯한 다양한 수서생물, 식물, 조류 등을 총괄하는 생태관이 들어서면 그야말로 철원의 명소가 틀림없을 테니까요. 내륙에 있는 양지리 국제두루미센터 역시 사람들의 접근이 쉬워진 학저수지에 자리 잡아야 옳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사람들이 걷는 목도 밑에 팔뚝만한 잉어가 죽어 떠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찾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관리가 안 된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시나브로 철원 주민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풍경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