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가장 큰 위기는 단순한 인구감소가 아닙니다.
사람이 떠나고, 마을은 늙어가며, 학교는 학생 수 감소를 걱정하고, 상권은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을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고, 그 대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도 꾸준히 논의되어 왔습니다. 누구나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는 분명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하지만 전국 모든 지역에 동일한 기본소득을 시행하기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지역은 정부 지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속 가능한 소득을 만들어낼 새로운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저는 그 해답이 햇빛소득마을이라고 생각합니다.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태양광 발전사업이 아닙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여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과 마을에 환원하고, 그 소득을 다시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지역경제 정책이자 마을소멸 대응 전략입니다.
철원은 전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의 입지조건이 뛰어난 지역입니다. 여기에 국가안보를 위해 오랫동안 희생해 온 공간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철원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새로운 모델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문혜리 포사격장입니다.
9대 철원군의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셨던 현 국가안보실 김현종 제1차장께서는 당시 문혜리 포사격장의 방음벽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사업을 정책으로 제안하셨습니다. 방음벽에는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유휴부지에는 영농형 태양광을 조성하여 발생한 발전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자는 구상이었습니다.
국가안보를 위해 수십 년 동안 군소음과 각종 규제를 감내해 온 지역에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매우 의미 있는 제안입니다. 최근에도 문혜리 군소음피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방부와 이러한 활용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협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철원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이 있습니다.
문혜리에는 이미 두루미 태양광 발전단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주민참여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지만 실제 주민 지분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발전수익이 지역 전체에 충분히 환원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경관 훼손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시설이 철원의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두루미 태양광 발전단지는 운영사인 스마트기가팩토리(Smart Giga Factory)가 한국전력과 100MW 규모의 계통접속 계약을 체결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40MW를 사용하고 있어 약 60MW의 계통접속 용량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운영사 역시 이 잔여 계통용량이 지역의 공익적 재생에너지 사업에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의 전력계통(Grid)에 송전하기 위한 계통접속 용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변전소 신설과 송전선로 증설에는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업이 이 단계에서 멈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혜리는 이미 확보된 계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당 최대 1MW 규모를 기준으로 추진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확보된 약 60MW의 계통접속 여유용량을 활용할 경우 최대 60개 안팎의 햇빛소득마을을 별도의 대규모 변전소 신설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저는 이것이 철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실현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7월 말 추가 햇빛소득마을 공모에는 문혜1리부터 문혜5리까지를 우선 신청할 것을 제안합니다.
국방부는 안보를 위해 희생한 지역에 방음벽과 유휴부지를 무상 또는 장기 임대하여 주민소득 창출을 지원하고, 한국전력과 발전사업자는 기존 계통접속 인프라를 지역과 공유하는 상생모델을 구축한다면 문혜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안보보상형 햇빛소득마을’을 실증하는 지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공모델은 특정 마을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철원군이 운용하고 있는 약 594억 원 규모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철원형 재생에너지기금’으로 조성하여 소멸위험이 높은 마을부터 햇빛소득마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햇빛에서 발생한 수익을 마을공동기금으로 조성하여 주민 공동급식, 문화행사, 마을버스 운영, 경로당과 복지시설 지원, 기후변화에 대응한 냉·난방 전기요금 지원, 취약계층 돌봄사업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전기를 생산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고, 주민의 삶을 지키며, 마을을 다시 살리는 재원이 되는 것입니다.
철원의 미래는 더 많은 태양광 발전소를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햇빛으로 만들어진 가치를 오로지 주민에게 돌려주고, 그 수익으로 마을을 살리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지역이 국가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다시 희망을 갖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철원형 햇빛소득마을이며, 철원이 대한민국에 가장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마을소멸 대응 모델입니다.